안녕하세요, 교육혁신단체 프로젝트 위기 대표 백진우입니다. 좋은 아이디어가 떠올라서 본 편지를 써봅니다.
2019 대학모의능력시험이 다가오는 11월 15일에 시행됩니다. 이것을 기념하며 우리 사회의 교육문제 해결에 기여하고자 하는 아이디어인데,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보다 자세한 설명이 필요합니다.
저는 학창시절 때 무척이나 공부를 열심히 하는 학생이었습니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교실의 불을 켜는 것을 좋아하고, 밤에는 기숙사 화장실에서 사감 몰래 자습하기도 했던 (aka. 화자) 나름 모범생이었는데요, 늘 마음 깊숙히 고민이 있었습니다.
중학교 때 저는 영문학을 제대로 공부할 기회가 있었고, 이를 통해 영문학이 정말 재밌는 것임을 알았습니다. 사실 문학이 가지고 있는 상징, 그것을 해석함을 통해 이루어지는 작가와의 대화, 그리고 이를 통해 사회에 대한 인사이트를 얻는 것이 좋았던 것이기에 영문학보다는 문학이 좋았던 것인데, 자연스럽게 국어시간에 국문학 공부에 관심이 생겼습니다. 그런데 모두가 알다시피, 그 아름다운 문학의 생명력은 다 죽은채 마치 죽은 생선의 가시를 바르는 듯한 문학공부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이때부터 저는 마음 속에 이러한 목소리가 생겼던 것 같습니다. '진정한 공부는 즐거운데, 왜 학교에서 하는 공부는 즐겁지 않을까? 더 나아가, 진정한 공부는 정말 내가 성장하는 것을 느낄 수 있는데, 학교 공부는 왜이리 공허할까?'
그러던 하루, 학원에서 국어 비문학 지문을 읽던 와중 너무 소중한 글을 만났습니다. 공자의 교육관에 대한 글이었는데, 그는 당대 사람들이 남에게 잘 보이기 위해 공부한 것(위인지학爲人之學)을 한탄하며 참된 나다움을 밝히기 위한 공부(위기지학爲己之學)를 해야함을 강조합니다. 이는 저에게 큰 깨달음을 주었습니다.
똑같은 문학 공부인데도 불구하고 제가 학교 밖에서 했던 것과 학교 안에서 했던 것이 전혀 다른 경험이었던 이유는 전자는 제가 저의 성장을 위해 공부했지만 후자는 시험에서 좋은 성적을 받기 위해 공부했기 때문입니다. 시험을 위한 공부야말로 남에게 인정받기 위한 공부였습니다.
이때 저는 다짐했습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힘쓰겠다고.
수능 직후, 제게 큰 기회가 찾아왔습니다. 우리나라 최대 강연 플랫폼인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에서 약식으로 90초간 제 다짐을 이야기할 기회가 생긴 것입니다.
이 발언 이후 많은 사람의 도움을 받아 "프로젝트 위기"라는 단체를 만들 수 있었습니다. 여기서 "위기"는 "위기지학"에서 따온 것으로, "교육의 위기를 위기지학으로 극복하자"라는 뜻을 담고 있었습니다.
교육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선결과제는 그 원인을 파악하는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처음에 답변하고자 하는 질문은 "누구때문에 우리가 위기지학을 하기 어려울까?"였습니다.
이에 대한 가설로 크게 두 부류를 생각해보았는데, 하나는 기업이고 나머지 하나는 정부였습니다.
기업을 의심한 이유는 보통 공부를 열심히 하는 이유가 "열심히 공부해서 좋은 성적 받고 좋은 대학 가서 좋은 기업에 가면 행복할 것이다"인데, 마지막 단계에는 기업이 있기 때문입니다. 정부를 의심한 이유는 보통 교육문제를 이야기하면 가장 자주 나오는 이야기가 수능의 획일성인데, 이것을 만든 주체에 원인이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두 가설은 처절하게 깨지게 됩니다.
기업 입장에서 남에게 잘 보이기 위해 공부하는 사람을 원할 이유가 전혀 없었습니다. 급변하는 사회에서 필요한 인재는 오히려 위기지학, 즉 자신의 성장을 위한 공부를 하는 사람이었습니다.
정부 또한 남에게 잘 보이기 위한 공부를 좋아할 이유가 없었습니다. 충격적이었던 것은, 수능을 처음 만든 사람이 현재와 같은 수능은 폐지되는 것이 교육적으로 낫다고 이야기하는 것이었습니다. 오히려 분석해보니, 애초 수능이 현재와 같은 모습을 가지게 된 것은 다양한 이해관계로 인해 변질된 것이었습니다.
여기서 저는 새로운 생각을 하게 됩니다. 어쩌면 문제의 원인이 외부에 있지 않을 수도 있겠다. 나에게 있지는 않을까?
실제로 저는 분명 개성과 창의성, 진정성 있는 공부도 원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남에게 인정받기를 원했고, 이를 위해서 진정한 공부를 희생하기도 했었습니다. 그리고 다시 생각해보니, 위기지학과 위인지학은 외부 환경에 의해 규정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마음가짐으로부터 구분되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이때부터 우리 단체는 스스로부터 시작되는 변화가 교육문제 해결의 시작점이라 보고, 이를 돕는 커뮤니티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위와 같은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시험의 한계를 지적하고 위기지학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대학생이 수능을 보는 행사를 작년에 진행했습니다. 애초 수능의 취지가 대학교에서 학문을 공부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는지 확인하는 것인데, 만약 이것이 잘 지켜지고 있다면 대학생이나 졸업생은 수능을 잘보아야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대다수가 저조한 성적을 받았습니다.
이 행사는 국내 모든 주요 포털 메인에 노출되었는데, 문제는 대중 대부분이 이 행사가 본래 취지와는 다르게 정시를 축소하고 수시를 확대하고자 하는 것이라 오해했다는 것입니다.
이번에는 제대로 본 행사를 다시 해보고 싶습니다. 더 많은 사람들과, 더 권위 있는 사람들과, 실제 학교에서, 잘 디자인된 행사를 통해 이 사회에 진정한 공부의 중요성을 알리고 싶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당신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합니다. 행사에 직접 함께함을 통해 도와주세요. 혹은 후원해주세요. 당신의 도움은 이 사회의 교육이 한 발걸음 발전하는데 분명 큰 기여가 될 것입니다.
2018.09.28
백진우 올림